한 사람의 통화 기록이 두 사람의 입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된다. 황정민 측은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77차례의 연락을 스토킹의 증거로 보는 반면, A씨는 이것이 사업 동료로서 나눈 업무 소통의 흔적이라고 맞선다. 같은 숫자를 두고도 해석이 180도 엇갈리는 지점이 이 공방의 핵심이다.
두 사람은 2023년 8월 소주 브랜드 기획을 매개로 처음 만났다. 양측 모두 육체적 관계는 없었고 최소 세 차례 이상 대면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겹치는 부분은 대부분 끝이며, 그 이후 흐름을 보는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했다.
황정민 측은 관계 정리 의사를 밝힌 뒤에도 A씨가 장문의 메시지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보냈다고 주장한다. 특히 연락을 끊은 뒤에도 미성년자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학교 공연을 찾아간 정황, 고양이 사체 사진과 혈흔이 묻은 휴지, 유언서 등을 전달했다는 점을 들어 가족까지 위협받은 명백한 스토킹이라고 설명했다.
제출된 증거에는 1만 자가 넘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여러 장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으며, 황정민 측은 A씨의 행동이 일방적이고 지속적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디스패치 보도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육체적 관계나 스킨십은 없었다는 설명이 나오면서 온라인의 불륜설과는 다른 맥락이 드러났다.

A씨는 이 모든 행동에 자신만의 전후 사정이 있었다고 반박한다. 고양이 사진은 16년 동안 함께한 반려묘가 안락사를 앞둔 개인적인 순간이었으며, 당시 황정민과 나눈 대화 맥락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은 단순한 팬이 아니라 황정민의 제안으로 소주 사업 시장조사와 에세이 및 소설까지 30여 편을 직접 작성한 사업 동료였다고 강조했다.
A씨는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 뒤 정산과 해명을 요구한 것이 전부였으며, 이를 스토킹으로 둔갑시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유명 배우와 일반인 사이의 권력 격차 속에서 정서적·노동적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통화 녹음 원본과 녹취록을 제출했다.
만남 횟수와 신체 접촉 여부도 팽팽한 대립을 이룬다. 황정민 측은 총 세 차례 대면이었고 손잡기나 포옹 같은 접촉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반면 A씨는 네 차례 만났고 첫날부터 스킨십이 있었다고 맞서며, 디스패치 보도의 나이 표기 방식마저 공정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연락의 주체를 두고도 해석은 엇갈린다. A씨는 2024년 2월 이후에도 황정민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며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황정민 측은 A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통화 녹음과 메신저 캡처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A씨의 연락이 거부 의사를 무시한 지속적 접근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적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원이 A씨에게 내렸던 300만 원 벌금 약식명령은 A씨의 불복으로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고, 황정민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8월 중에 열리는 형사재판 결심 공판과 민사 소송 조정기일을 앞두고 있어 판가름은 당분간 법원에 맡겨질 전망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일부 대화나 사진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세 차례의 만남과 77차례의 통화가 한쪽에게는 범죄의 증거가, 다른 한쪽에게는 관계의 흔적이 된다는 점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확인된 사실과 각자의 해석 사이의 간극이 워낙 커서 최종 판단은 제출된 자료와 재판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양측이 보여주는 장면의 겹치는 부분은 의외로 적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 중재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이 어떤 사실관계를 확인할지, 제출된 증거가 어떤 무게를 가질지는 앞으로의 공판과정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
